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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영화, 드라마

『파과』 리뷰- 살인의 그림자 속에서 피어난 연민

by damdam-8 2025.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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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책표지

1. 줄거리

구병모의 장편 소설 '파과' 나이 든 여성 청부살인업자 '조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독특한 하드보일드 소설입니다. 조각은 한때 정교하고 냉정한 살인을 수행하던 프로였지만, 이제는 손이 떨리고 노안이 오며 신체적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그런 그녀에게 의뢰된 마지막 임무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임무를 수행하던 중, 조각은 가정과 사회에서 버림받고 도망치는 10대 소녀 '순이'를 만나게 됩니다. 순이는 상처투성이인 삶을 견디며 버티고 있고, 조각은 자신도 모르게 순이를 지키려는 감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점차 연대하게 됩니다. 조각은 점점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지만. 그녀를 둘러싼 살벌한 세계는 여전히 그녀의 인간성을 허락하지 않으려 합니다. 

2. 저자 소개

구병모 작가는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2009년 '위저드 베이커리'로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문단에 등장한 그녀는 리얼리즘과 판타지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독특한 서사, 그리고 인간 내면 위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문체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후 '아가미',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밤의 여행자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하며 폭넓은 문학 세계를 구축합니다. '파과'는 그런 그의 작품 세계 가운데 가장 이질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시도입니다. 전통적인 판타지나 청소년소설이 아닌 누아르 형식을 빌려 인간의 고독, 폭력성, 연민을 다룬 이 작품은 구병모의 문학이 단순히 장르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3. 영상화 작품

동명의 영화와 뮤지컬로 제작되었고 2025년 4월 30일 민규동감독의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주연은 이혜영(윤지숙/조각 역), 김성철(투우 역), 김무열(류 역), 연우진(강 선생 역), 신시아(어린 조각/손톱 역)등이 출연했습니다. 민규동 감독 특유의 감성스릴러 스타일로 중년 여성 킬러를 다룬 파격시도, 누아르와 심리 내러티브의 조합이 특징입니다. 영화자체는 전반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며, 이혜영 배우의 액션 연기가 호평을 받았습니다. 제75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베를린날레 스페셜부문 초청작, 제43회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베이징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등 해외 영화제에 다수 초청을 받았습니다. 

4. 감상포인트

파과는 단순한 누아르 장르의 쾌감이나 반전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물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심리적 서사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노화, 외로움, 죄책감, 인간의 쓸쓸함 같은 주제를 중심에 둔 이 소설은 폭력의 세계에 몸담고 있는 여성의 고통과 자각을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조각은 단순히 여성킬러라는 자극적인 캐릭터에 그치지 않고, 점점 퇴화하는 몸과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끝까지 자신을 지기려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조각과 순이의 관계 또한 이 작품의 핵심입니다. 두 사람은 보호자와 피해자의 틀을 넘어서 서로의 결핍을 보듬으며 가족 아닌 가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문장이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긴장감이 넘차고, 짧은 문단 안에 감정의 밀도가 높아 독자들을 단숨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5. 총평

파과는 단순한 장르소설을 넘어 인간 존재의 의미와 경계를 탐구하는 깊이 있는 문학작품입니다. 구병모는 기존의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내면을 조명하며, 한 명의 노년 여성 킬러를 통해 사회와 개인, 생존과 도덕, 폭력과 연민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이 작품은 여성 서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장르문학의 경계를 확장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절제된 문장과 단단한 구성, 뛰어난 심리묘사는 이 소설을 단순히 흥미로운 스릴러로만 읽히게 하지 않습니다. 특히 사회에서 쉽게 지워지는 나이 든 여성이라는 존재를 중심에 놓음으로써 독자에게 불편하지만 새로운 시선을 제시합니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외면해 왔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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